변하지 않는 것들


어떤 것들은 너무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굳어져 더욱 단단해진다. 이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지목되어 온 문제들, 불평등, 혐오, 무관심, 과잉 경쟁, 위선은 언어를 바꾸고 형식을 바꿔가며 또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부조리함은 익숙해지고, 무력감은 일상화되며, 부당함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풍경이 된다. 그리고 그 문제들의 본질은 놀랍도록 변하지 않았다. 언뜻 달라진 듯 보이지만, 실은 더 교묘해졌고, 더 당연해졌고, 더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로서 발을 내딛던 시절의 초기작들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함께 선보여서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의 그림자를 바라보고자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해진 모습들, 때로는 과장된 몸짓으로, 때로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때로는 공허한 움직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다. 익명의 형상들로 구성된 인물들은 하나의 상징이자,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제자리를 맴도는 개인의 형상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민머리에 양복을 입은 인물은 한 명이지만 동시에 여럿이며, 누구도 아니면서 누구나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문제를 바라보는 동시에 그 문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고,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화된 자세이자, 체념의 표정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비현실적인 듯 보이지만, 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현실보다 약간 과장되어 기묘하게 보이는 장면들 속에서, 관객은 익숙한 불편함을 감지하게 된다. 이 전시는 단지 하나의 시기나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과 고착, 그리고 적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변의 구조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 모든 시선과 작업의 축적은 체념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문제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며, 익숙함 속에서 감각이 둔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각적 장치이다.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구조 속에서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질문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이러한 질문의 반복은 변화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변하지 않는 것들’을 말하는 이번 전시가, 변화를 가능하게 할 어떤 틈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 일지라도, 어딘가로 스며들어 마침내 변화를 가능케 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