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나약한


인간은 강인하면서도 나약한 존재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어려움을 견뎌낸다. 동시에 인정받고 싶은 욕망,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타인과의 비교, 소속되고자 하는 마음 속에서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강인함과 나약함은 서로 대립하는 성질이 아니라, 인간을 이루는 본질적인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인간의 양면성이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탐구한다. 경쟁과 생존, 권력과 숭배, 혐오와 배제, 욕망과 불안 등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와 구조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개인은 다시 그 구조를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며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관계를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하여 시각화하고,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사회를 함께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작품에는 민머리에 양복을 입은 인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들은 특정한 계층이나 성별, 세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개성을 최소화한 이 인물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상징한다. 작품 속 인물은 때로는 경쟁 속에서 타인을 밀어내고, 때로는 군중 속에서 권력을 숭배하며, 때로는 서로를 비교하고 비난하기도 하고, 반대로 손을 내밀고 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자 모습이다.


초기의 작업은 사회에서 반복되는 사건과 모순,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불만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러나 작업을 이어갈수록 사회 문제는 개별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관심은 사건 자체에서 그 원인으로, 사회 현상에서 인간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며, 서로를 쉽게 규정하고 소비한다. 이러한 모습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낸 환경과 가치관의 산물이기도 하다. 최근의 작업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인간이 왜 흔들리고, 왜 서로를 상처 입히며, 그럼에도 어떻게 다시 서로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과정이다.


나의 작업은 사회를 비난하거나 인간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치와 행동을 다시 바라보도록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비교하는가. 왜 타인의 실패를 쉽게 소비하는가. 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 각자의 경험과 만나 새로운 대화와 성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나약하기에 흔들리고, 강인하기에 다시 일어선다. 나는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사회를 통해 다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작품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함께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